Stage Review

요즘 여자들은 어깨에 힘만 잔뜩 준 남자들보다는 위트가 넘치면서 속이 꽉 찬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6일 개막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주인공은 꽤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낮에는 파티에 열광하는 한량 영국 귀족 퍼시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정권에 맞서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 스칼렛 핌퍼넬로 활동하는 영웅의 이중생활을 그린다.

영웅담을 그리고 있지만 핌퍼넬은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웅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몸이 아닌 머리로 싸우는 그는 곱추부터 추한 노인까지 매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기 때문에 멋진 변신 수트 하나 없다. 심지어 성격은 '푼수끼'가 다분하다. '블링블링'한 패션을 선호하고, 끊임없이 까불댄다. 심지어 아내 마그리트의 옛애인이자 프랑스 공포정권의 앞잡이인 적 쇼블랑을 향해 '소불알'이라고 놀려대 객석엔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영리하게 사람들을 구해내고 그 어떤 영웅보다도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는 매력남이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후 16년 만에 한국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점에서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5일 프리뷰 공연에서는 지난달 막을 내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한지상이 한국적으로 재탄생한 핌퍼넬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아주 가볍게만 볼 영웅물은 아니다. 죄 없는 사람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던 18세기 말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을 묵직하게 다룬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전개되는 핌퍼넬과 마그리트, 쇼블랭의 삼각관계는 단순한 애정 구도 이상이다.

들을 거리와 볼 거리도 풍부하다. '몬테크리스토' '지킬 앤 하이드'로 잘 알려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이 작곡한 웅장한 음악이 귓가에 착 감긴다. 온통 장미꽃으로 가득 메워진 무대, 객석을 향해 다가오는 초대형 뱃머리, 18세기 영국 귀족들의 화려한 왕궁 무도회 등 스케일도 크고 화려하다.

다만 머리로만 싸우는 영웅인 탓일까. 칼싸움을 하거나 사람들을 구출하는 신이 어설프게 그려진 점은 다소 아쉽다.

핌퍼넬은 박건형·박광현·한지상이, 마그리트는 김선영·바다가 번갈아 연기한다. 공연은 9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문의: 1577-3363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