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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복잡한 나이 by newsmetro

얼마 전, 업무회의차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 회사의 어떤 의사결정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자 상대방은 '뭘 그런 질문을 하시냐'며 웃으며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오지랖을 부린 것 같아 나중에 따로 사과한 적이 있다. 본래 이것저것 여과없이 궁금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편인데 이것이 어릴 때는 반짝반짝 호기심 많다고 환영받아도 마흔이 넘으면 슬슬 과한 관심, 즉 오지랖으로 비춰질까 신경이 쓰인다. 남자들의 경우, 어느 순간 후배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자기 혼자 하염없이 떠들고 있음을 자각했을 때 느끼는 그런 감각일 것이다. 질문 뿐 아니라 연하인 사람들에게 내 주관적인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 자칫 이래라 저래라 꼰대질로 비춰질까도 두렵다. 일로 알게 되는 사람들이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의식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이나 열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덩달아 옛 생각이 난다. 소싯적 내가 이십대 후반일 때, 삼십대 후반 직장선배는 자기 정신적 나이가 스물여덟살에서 멈춰있다고 했는데 티 안나게 피식 비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 나이 삼십대 초반일 땐 당시 사십대 초반의 여성 중역을 모시고 런던출장에 갔다. 장난삼아 밤에 유명한 게이 클럽으로 안내했는데 눈 휘둥그레 구경만 하다 몸 사리고 빠져나올 줄 알았는데 왠걸 그녀는 황홀경에 빠져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 오죽하면 내가 이만호텔로 돌아가자 해도 마다하고 더 오래 있고 싶어해서 했다 내가 도리어 당황했다. 나 삼십대 중반이 되자 이젠 나도 왠만한 일엔 꿈쩍도 안 하는 어른여자라 자부했건만 막상 사십대 중반의 이혼한 여자선배가 심각하게 현재진행중인 연애상담을 해왔을 땐 어쩔 줄을 몰랐다. '아, 아직도 한창의 여자구나'라며 묘하게 불편했던 그 시절의 내 느낌 - 지금은 여자후배들이 나를 보고 이따금 느끼고 있겠고 서운하긴커녕 내 업보라 생각한다. 직접 겪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선 '나이듦'이 분명 으뜸일 것이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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