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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by news on

한 친구는 외출할 때 너무 소박하다 못해 초췌한 모습으로 나와서 나를 한숨짓게 한다. "이게 뭐냐, 아무리 그래도 좀 꾸미고 다녀라."라고 잔소리를 하면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라며 자연주의자인양 무시한다. 개인의 자유지만 그건 소탈한 게 아니라 그냥 게으르고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백화점 매장에서 점원의 대우가 시큰둥하다고 상처받으면 곤란하다. 또 다른 친구는 주변 사람들을 자기 식대로 통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지 좀 말라고 하면 "난 원래 꼰대야, 뭐 어때, 이 나이에 꼰대인 게! 이런 나의 곁에 계속 남아주는 사람들이 진짜배기지."라며 호쾌하게 말하지만 주변사람들은 늘 물갈이중이거나 그녀 때문에 괴로워한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것처럼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적격인 말이 어디 있을까. 스스로를 돌이켜보지 않고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누군들 예외일까. TV채널이 많아지면서 내게도 이런저런 출연섭외가 온다. 섭외오면 대개 다 거절한다. 계절마다 아이 옷 바꿔줘야 할 때만 얌체처럼 슬그머니 일회성으로 알바만 한다. 겉으로는 '다른 출연진들과 리액션 맞추는 게 버겁다, 원치 않은 방향으로 편집되는 것이 싫다'라고 하지만 그보다 진심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곳에 가는 것이 빈정상하고, 방송작가들의 태도가 섭외 전후 다른 것에 상처받고, 무엇보다도 내가 방송을 잘 못해낼까봐, 티비에 안 예쁘게 나올까봐 두려운 게 제일 컸다. 방송은 프리랜서에게 손실보다는 하기에 따라 이득이 더 큰데도 난 그저 겁먹고 '난 원래 TV 잘 안 나가.'같은 거만한 소신의 태도를 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 '네 자신을 잃지마' 같은 말들은 자존감을 지탱시켜주는 참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은 이것을 '이게 나야, 어쩔래?' 식으로 제멋대로 해석해서 변명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있는 그대로의 나'는 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나'로 읽혀야 되지 않을까.
/임경선(칼럼니스트)



전효순 기자  hsjeo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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